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도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당장은 큰 혼란을 겪지 않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네온가스와 팔라듐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졌지만 공급망 다변화로 원재료를 미리 확보해두면서 생산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네온가스를 제공할 대체 공급원을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공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은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원자재와 비활성 가스의 재고를 늘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네온가스 주 생산국이다. 팔라듐의 3분의 1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세계 네온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우크라이나의 업체 두곳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네온 생산 자체가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마크 터스크 링스컨설팅 매니징파트너는 네온과 다른 주요 반도체 원자재 재고가 보유고에 현재 6주~3개월 사용분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3주차로 접어든 가운데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가면 리스크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경우 향후 2~3개월까지는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당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대비에 들어갔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를 겪으면서 대응에 나선 것이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지미 굿리치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부사장은 "10년 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불이 붙은 반도체 수급난은 지난달에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서스퀘나파이낸셜그룹을 인요해 2월 중 반도체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26.2일로 전월대비 3일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전월대비 리드타임이 줄어들었지만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