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더 세게 당기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경제학자 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안에 미국에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이 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수치는 실제 경기침체기 직전이나 도중에나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경기침체 도래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연준이 지난 16일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17일 실시됐으며, 지난 4월과 1월 조사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28%와 18%의 확률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05년 중반부터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실제 경기침체기에 진입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 정도 높은 수치는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한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12월에는 38%, 가장 최근의 불황기였던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에도 26%로 모두 지금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 배경으로는 △높은 금리 △치솟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됐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실업률 상승과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모란 다이와 캐피털 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급브레이크를 밟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 EY-파르테논의 그레그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경제가 향후 몇 달 안에 가벼운 경기침체로 향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치솟는 금리와 폭락하는 주가는 구매력을 잠식하고 주택(거래) 활동을 심하게 위축되며 기업투자와 고용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올해 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7%%로 4월 조사 결과(5.5%)보다 크게 높아졌다. 2023년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4월 2.86%에서 6월 3.26%로 올랐다.

연준의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도 지난 4월 조사에서 2%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3.3%로 높아졌다. 연준이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올해 수십년만의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에 이어 7월에도 0.7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WSJ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올해 경제가 여전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로 4월 조사 결과(2.6%)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5.5%로 1984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마이너스(-)2.3%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