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지만 원유 의존도가 감소하면서 1970년대와 같은 극심했던 스태그플레이션 재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3일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 주제로 개최하는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책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 국장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1970년대 재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낮아진 원유 의존도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1970년대보다 광범위한 측면이 있으나, 유가 상승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또한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에너지 사용량 중 원유 비중이 1970년대 말 약 50%에서 2020년 30% 수준까지 하락한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6%에서 16%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원유 공급충격으로 인해 유가가 10% 오르면 주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분기 시차를 두고 약 0.5%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 국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입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나,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서 중기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예측치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올해 내내 목표치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에는 선진국의 경우 목표치보다 약간 높거나 신흥국은 목표치 범위 내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일반적인 경기침체기와 달리 코로나 위기 이후 자산가격은 상승했으며 가계부채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상승했다"면서 "이런 여건들을 감안하면서 향후 정책 정상화를 통해 경제를 연착륙 시킬 수 있을 것인가는 가계나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빠르게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신흥국·개도국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을 발행해 안전자산 공급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신흥국의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신흥국의 급격한 자본유출은 안전자산 공급이 소수 선진국에 의해 비대칭적으로 이뤄지는 데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신흥국·개도국(EMDE)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을 발행해 안전자산 공급을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이는 선진국으로의 자본쏠림을 막고 신흥국에 일정 정도머 물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